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인과 중국인을 사실상 입국 금지하는 초강경 대책을 5일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감염증 대책 전문가 회의’(전문가 회의)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 회의는 일본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대책 자문 기구로 국립감염증연구소장 등 감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이 회의 멤버 중 한 명인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미생물학과 교수(61)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입국 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정치·외교 문제가 불거지거나 (국가 간) 대립이 나타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대책이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번 조치가 사실상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입국 규제 조치 발표 전 일본 정부는 전문가 회의에 자문을 구하지 않았고 아베 총리는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내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미생물학과 교수
―‘지금 그런 조치를 내릴 때가 아니다’라며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감염자가 일본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오사카 라이브 클럽이나 아이치현 피트니스클럽 등 일본 내 특정 공간, 이른바 ‘감염 클러스터’에서의 집단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막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아베 총리는 전문가 회의에서 조치 발표 전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도 들은 바 없고 다른 멤버들도 몰랐다고 했다. 아베 총리도 그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책 결정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치가의 몫이지만 이번 조치는 과학적으로 정말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대책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아베 총리의 ‘톱 다운’ 결정은 지난 달 말 전국 휴교 요청 때도 나타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 달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크루즈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고 최근에는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위기감을 느껴 정치적 승부수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는 것이 총리 관저 안팎의 전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집권 여당인 자민당 고위 인사를 인용, “아베 총리가 초초한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 회의 멤버인 다테다 가즈히로(館田一博) 일본감염증학회 이사장은 “코로나19는 독감처럼 따뜻해지면 사라지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수개월, 반년 또는 해를 넘어 계속 지속될 수 있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미생물학과 교수
―일본 정부에 바라는 점은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