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 News1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공천 마이웨이’ 행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합당은 당초 한국당 창당 취지에 맞게 통합당 영입 인재 위주로 비례대표 공천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이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갈등이 첨예화될 조짐이다. 이대로라면 ‘총선 후 합당’이라는 당초 시나리오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양 당에 따르면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한선교 한국당 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첫 회동을 갖고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가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 등 통합당 영입인재의 비례대표 우선순위 공천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독자적 공천을 고수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한 대표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통합당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통합당이 선정한 비례대표 명단을 형식에 맞춰 공천하는 기능을 수행할 거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자 당 내에선 “뒷통수 맞았다”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황 대표가 원하는 비례대표 명단을 짜기 어렵게 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난달 공병호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 임명할 때부터 통합당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며 “한 대표와 공 위원장이 통합당 안을 배제하고 공천 명단을 짠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통합당은 당초 한국당 의석을 15~18석 가량으로 예상했지만 선거 판세에 따라 20석을 넘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의원 수 부족으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를 갖추지 못 하는 바람에 한 대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며 “한국당이 만약 20석 이상 얻어 원내 교섭단체가 되면 총선 후 합당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공관위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539명을 추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병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와 한 대표가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황 대표에게 전화 받은 건 없다”며 “헌정상 한국당 공관위처럼 독립성을 유지하는 위원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을 신청한 유영하 변호사와 정운천 의원 등에 대해선 “어떤 종류의 불이익이나 편익 없이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