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시대 기업의 생존전략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화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더 정교해진 개인화 서비스, 다시 말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초개인화 시대에 기업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1일자(292호)에 실린 초개인화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세그먼테이션 버리고 고객 페르소나에 집중
○ 제품과 서비스도 초개인화를 지향해야
최근 소수의 마니아를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브랜드들의 경우 작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대기업들이 이 마이크로 브랜드들을 따라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복잡도를 크게 올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배송을 받기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하게 하거나 항공업체들이 여행객에게 기내 좌석을 선택하게 하는 것 등이 개인화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스스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다. 사이렌 오더를 통해 소비자는 아메리카노를 약 2만 가지로 개인화할 수 있다. 먼저 핫과 아이스 중 하나를 선택하고, 컵 종류 3가지, 사이즈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다음 퍼스널 옵션에서 샷 추가, 3가지 시럽 추가, 물 용량 조절, 얼음 양 조절, 휘핑크림 조절을 할 수 있다. 이 가짓수를 곱해 보면 적게 잡아도 2만여 가지의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다.
사이렌 오더에서 더 중요한 핵심은 바로 데이터다. 소비자의 선택이 쌓이면 기업은 이를 분석해 점점 더 비용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향후에는 개개인의 소비자에게 맞게 제품이 진화하면서 전체적인 생산 비용과 재고 관리 비용을 낮춰 나갈 가능성도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초개인화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초개인화다. 그렇다면 초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은 언제 가능할까? 소비자가 ‘개인’의 입장에서 기업에 접근했을 때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거나, 매장에서 먼저 우리 직원에게 말을 거는 순간 등이다. 이 순간을 잘 포착해 초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사례가 홈플러스더클럽의 인스타그램 채널인 ‘소비 패턴’이다. 홈플러스더클럽에서 판매 중인 식재료와 제품들을 소재로 패턴화된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이 인스타그램 채널은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으로도 유명하지만 재치 있는 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포스트에 남긴 댓글에 대해 답글을 다는, 소위 ‘답글 놀이’를 통해 소비자 개개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대댓글을 받은 소비자는 기업이 자신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자신을 온전한 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때 기업은 우리 웹사이트에 들어와서 어떤 페이지나 상품을 봤는지, 쇼핑 데이터를 추적해 해당 소비자들을 다시 타깃으로 삼는 ‘리(re)마케팅’ 기법을 써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주목을 받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소비자 각자에게 다른 종류의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유튜브의 ‘디렉터 믹스’라는 광고 상품은 잠재 고객의 흥미와 의도 등에 따라 각각 다른 광고를 노출한다. 한 가지 동영상 광고를 기반으로 광고 제목, 이미지, 클릭 유도 문구, 언어 등을 시청자에게 맞게 개인화하고 이렇게 제작된 맞춤식 영상을 대규모로 빠르게 노출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김경훈 구글 서울사무소 전무 harrisonkim@goolge.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