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나라 모리셔스도 알고 뒤통수친 중국이 보여준 방역의 기본 우리만 몰라 이웃 나라 돕기와 방역 구별 못해… 정부가 엎지른 물 국민이 수습 중
송평인 논설위원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할 때 모리셔스가 한국인 신혼부부들을 예고도 없이 허름한 숙소에 격리시키고 돌려보냈다. 처음에는 괘씸한 나라라고 여겼으나 이어지는 각국의 유사한 조치를 보면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도 알고 있는 방역의 기본을 우리만 몰랐던 것은 아닐까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약 110개국이 한국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중국이 친 뒤통수다. 우리 외교부가 항의하자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외교보다 중요한 것은 방역”이라고 응수했다. 일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일(訪日) 연기를 확정하자 즉각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다. 그동안 중국인 입국은 막지 않으면서 한국인 입국만 막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하지 않았던 한국인 입국도 함께 제한했다. 방역은 매정한 것이다. 우리만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었다.
외교는 세련돼야 하지만 방역은 투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방역은 국방과 비슷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고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민이 생명을 잃는다. 실제 그랬다. 한국은 평균 수준의 방역을 했을 경우에 비해 현재까지 최소한 수십 명은 잃지 않을 수도 있었던 목숨을 잃었다.
일본이 뒤늦게나마 중국인 입국을 강력히 제한하자 중국은 별 말 없이 양해했다. 그것은 중국보다 바이러스에 덜 오염된 일본이 가진 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이 오염이 심해져 이런 권리도 갖고 있지 못하다. 확진자의 절대 수로 보면 중국보다 훨씬 더 낫지만 인구 비례로 보면 중국만도 못하다. 우리로서는 덜 오염된 일본의 조치에 맞대응하려면 그 전에 더 오염된 중국의 조치에 먼저 맞대응을 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 방역은 외교처럼 하고 외교는 방역처럼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제 “한국이 방역의 세계 모범이 될 수 있다”며 뭐가 그리 급한지 미리 앞서서 자화자찬했다. 나중에 방역이 잘 끝났어도 방역을 책임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인데, 확진자가 신천지 관련을 빼도 세계 3, 4위권인 나라가 방역의 세계 모범 운운하니 중국의 시진핑 영웅 만들기 시도를 남 일처럼 볼 것도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인천의료원 의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약국을 통한 마스크 판매는 경북 문경의 한 약사의 청원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신속 검사키트를 개발한 것은 민간기업들이다. 한국판 ‘칼레의 시민들’은 정부가 엎지른 물을 최대한 잘 수습하고 있다. 정부만 궁지에 처한 이웃 나라를 돕는 것과 자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방역을 하는 것을 구별해 결정적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이었을 것이다.
중국인이든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든 중국발 모기(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자에게 물어볼 것도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창문을 아무리 틀어막아도 비집고 들어오는 모기가 있어 팬데믹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하늘의 뜻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창문을 최대한 막는 것이 사람이 할 바를 다하는 방역의 진인사(盡人事)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