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여행 수요 급감에 항공업계 직격탄
“월급이 줄어 결혼도 미뤘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 직원 3분의 1이 유급이나 무급 휴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안정적인 직장으로 부러움을 샀던 항공업계 직원들은 월급과 수당이 줄자 결혼을 미루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찾는 일까지 속출하고 있다.
다만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9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회사의 생존을 위해 (회사가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혀 대한항공도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유·무급 휴직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직원들이 비자발적 휴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면서 항공사들이 노선 운항을 80% 이상 줄였기 때문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인건비, 리스료, 정비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나가는데 비행기는 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리스사나 항공유 업체 등에서 비용 및 상환 압박이 들어올 수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비자발적으로 쉬게 된 항공사 직원들은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 10∼20%가 무급휴직이고, 유급휴직자라도 기본급의 70%만 받고 수당은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은 특히 월급에서 비행수당 비중이 높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은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을 구하거나 승무원 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다”며 “항공사에 다닌다고 하면 대출 기관도 꺼린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한 항공사 직원은 “월급이 줄면서 결혼 준비에도 차질이 생겨 결혼 날짜를 미뤘다”며 “회사의 미래마저 불투명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정부에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한 항공사 임원은 “한두 달 자금 운용이 막히면 파산도 막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휴직하라는 것은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막아보자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KDB산업은행 등은 지난달 17일 항공사들에 총 3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