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

최진 씨는 “톤마이스터는 연주가에게 감상자를, 감상자에게 연주자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진 씨 제공
함께 작업한 ‘한국인’ 음악가만 한번 꼽아보라고 했다. 조수미 정명훈 백건우 손열음….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동안 작업한 게 많아서…. 누군가를 잊고 얘기 안 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요.”
최진은 서울대에서 호른을 전공했고 지휘를 공부하러 20대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톤마이스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방향을 바꿔 뒤셀도르프 슈만 음대에서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2002년 그가 녹음을 맡아 음반사 헨슬러에서 내놓은 존 피오레 지휘 뒤셀도르프 교향악단의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반이 여러 음악 전문지의 찬사를 받으면서 자신을 얻었다. 10년 동안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녹음은 전 세계를 다니며 하고 믹싱, 편집 등 녹음후(後) 과정을 여기서 진행한다.
“1960, 70년대에는 큰 음반사가 녹음 장비를 개발하고 유명 톤마이스터들이 음반사에 소속됐죠. 오늘날에는 장비가 비슷해졌고 톤마이스터가 프리랜서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음반사가 가진 고유의 색깔은 적어졌죠.”
그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워너 클래식스 등 세계 최대 음반사들과 작업하고 있다. 톤마이스터는 악보에 대해 지휘자만큼, 때로 지휘자 이상 알아야 한다.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녹음 전 악보를 검토하는 최진 씨(왼쪽). 톤마이스터는 연주되는 악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3D(입체음향) 녹음 발전을 위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소리가 몸을 감싸듯이 들립니다. 2018년 말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송년음악회 녹음에서 녹음 총괄을 맡았죠. 당시 100개 넘는 마이크로 녹음했습니다. 데이터도 100개 멀티채널로 저장합니다.”
국내에서 녹음하기 좋은 공간을 귀띔해달라고 했다. 실내악에서 작은 오케스트라 규모의 경우 통영국제음악당이 최고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잔향이 충분해서 큰 손질 없이 좋은 소리를 잡아낼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간이 커서 큰 규모의 곡을 잘 들려준다. 성당이나 교회 중에도 좋은 음향으로 알려진 곳들이 있지만, 자동차 소리 같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무명 연주자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자유롭게 연주를 공개하는 시대가 됐다. 프로 연주자들의 녹음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이 소비된다. 톤마이스터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