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3〉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경북 상주시 ‘세 그루 집’의 1층 내부 모습.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아래 디테일을 응용해 구조체를 만들었다. 김재경 교수는 “이 집과 비슷하게 지어 달라는 요청을 간혹 받지만 특정한 구조 형태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계속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Rohspace 제공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덜어낼수록 풍부해진다(less is more)’고 한 것은 이미 수 세대 전 일이다. 이후 수많은 건축가들이 반기를 들었음에도 ‘간결함’이 여전히 정답처럼 여겨진다. 정말 모든 건축이 간결미의 대세를 따라야 할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2018년 9월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 완공돼 지난해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은 ‘세 그루 집’은 그의 건축이 시대의 유행을 어떻게 거스르는지 잘 보여준다. 전북 완주군의 송광사 일주문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전통건축의 공포(공包·처마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맞춰댄 나무쪽) 구조를 확장해 내력기둥을 형성했다. 우람하게 생장한 나무를 닮은 ‘기둥 세 그루’ 위에 자작나무 합판 지붕을 얹었다.
세 그루 집 기둥의 부재 이음매에는 금속제 못이 쓰이지 않았다. 하중의 분산을 계산해 조직한 목재의 엇갈리는 결합 부분은 모두 나무못을 박아 고정했다. 점성을 띤 액체가 지붕에서 흘러내린 듯한 모습의 기둥 세 개가 바닥면과는 최소한의 접점으로 만난다. 내부에 앉으면 널찍한 잎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 그늘 아래 앉은 느낌이 든다.
세 그루 집의 정면 출입구 쪽 모습. 외벽은 폴리카보네이트 골판으로 마감해 안쪽의 목재질감을 은은히 보여준다.
“뭘 어떻게 하면 건축주가 좋아할지는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건축가가 그 판단을 따르기에 유행이란 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인기 있는 아파트를 모방해 약간의 변화를 준 평면, 저렴하고 무난한 재료, 고급스러워 보이게끔 재단한 벽돌 외장마감…. 그런 대세와 무관한 다른 영역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음을 알리고 싶다.”
연구실에 들어찬 목구조 샘플 모형.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절제하고 비워내는 건축만이 정답이고 화려한 건축물은 오답일까? 그럴 리 없다. 형태에서나 구조에서나 자연스러운 과장의 욕망을 숨기지 않은 건축, 콘크리트 시대에 밀려난 목구조 건축의 진화 가능성을 실물로 드러내 보이겠다.”
:: 김재경 교수 ::
2004년 한양대 건축공학부 졸업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 석사
2013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2017년 김재경건축연구소 소장
2014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
2019년 목조건축대전 대상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 석사
2013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2017년 김재경건축연구소 소장
2014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
2019년 목조건축대전 대상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