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도구의 세계’ 책 펴낸 건축가 출신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씨는 “도구의 효율은 다목적성으로 결정된다. 부엌에 갖춰둘 만한 유일한 ‘단일 목적 도구’는 소화기뿐”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건축가 출신의 음식평론가 이용재 씨(44)가 펴낸 신간 ‘조리 도구의 세계’(반비)는 모든 구성 요소가 단호하다. 만화가 정이용 씨가 그린 각종 도구 삽화는 화려한 채색 없이 꼭 필요한 졸가리만 보여준다. 솔직한 비판이 드문 세태에서 “이런 도구는 가격에 비해 별 쓸모없다”고 망설임 없이 딱 잘라주는 이 씨의 문장은 속 시원하다.
“서점에 가서 음식 관련 책들을 보면 예쁘고 보기 좋은 사진에다 고급스럽고 널찍한 주방에서 실천 가능한 이야기를 붙인 게 허다하다. 공간 여유가 넉넉한 미국의 개인주택 주방에서는 재료를 잘게 썰고 다지며 반죽까지 해주는 ‘푸드프로세서’가 꽤 유용한 조리 도구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의 주방에서는 차지하는 공간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직접 써본 조리 도구의 경험을 담은 ‘소수의견’ 묶음이다. 백화점 냄비 코너에 가면 값비싼 세트로 한목에 다 장만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따져 보면 저렴한 거 한두 개만 사도 넉넉하다. 그런데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소비자가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가끔 당황스럽다. 자신의 소비를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텐데, 비판적 정보도 좀 더 폭넓게 활용해 주면 좋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