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소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0여명을 넘어서는 등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10일 오후 명동 일대에서 중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들이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0/뉴스1 © News1
“마스크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죠. 파는 데가 없잖아요.”
“젊은 세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잘 안 걸린다고 하던데요.”
10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간식거리를 집어 든 손님 5명 중 3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서둘러 출근하는 길이라 마스크를 깜빡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매장 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커피숍 방문객 15명 중 마스크는 ‘단 1명’
코로나19와 함께 찾아 온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자 마스크 의존도를 벗어던지는 시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스크 쓴 시민이 여전히 많지만 착용 없이 오가는 시민도 최근 들어 눈에 띄고 있다.
9일 오후 2시쯤 용산구 주상복합단지 흡연공간에선 인근 직장인 남성 3~4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 자체가 없는듯 했다. 마스크를 잠시 턱 밑으로 내리고 흡연을 한 뒤 다시 올려 쓰던 코로나19 사태의 ‘익숙한 풍경’과 다른 것이었다.
오전 9시쯤 강남구 유명 주상복합단지 인근 커피숍에는 15~16명이 앉아 있었다. 이 가운데 마스크를 쓴 손님은 단 ‘1명’이었다. 커피숍 안이라도 마스크를 쓰거나 턱 밑으로 잠시 내린 채 대화하던 이달 초 모습과 역시 다른 풍경이다.
정부가 판매범위를 제한하는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 공급을 이어가고 있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스크 5부제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지정된 요일에만 판매처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가 긴급하게 마련해 시행하는 제도다.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만난 신모씨는 “9일까지 마스크를 쓰다가 다 떨어져서 못 샀다”며 “구입할 곳도 없지 않나. 오늘 5부제 대상이 아니라 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지역 커피숍 가보니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두드러졌다”며 다소 달리진 일상을 전하기도 했다.
강남에 사는 박모씨(38)는 “지난달 말부터 매장마다 마스크가 모두 품절돼 헛걸음하기 일쑤였고 요즈음 기대를 접고 아예 매장 자체를 가지 않게 됐다”며 “아직까진 주변에 눈치가 보이지만 이제는 마스크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는 일상’ 본격화 시기상조
마스크 착용 때 재난영화 같은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자제를 선택했다는 시민도 있다. ‘20·30대 젊은 연령층은 면역력이 높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고 감염돼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았다.
의료계는 최근 코로나19의 하루 증가세가 주춤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한다. “시민들이 과장된 공포와 불안감을 덜어내고 현실을 냉정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아직 안심한 상황이 아니라 마스크 미착용은 안전불감증이나 다름없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다만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종교 시설과 의료기관, 주상복합단지에 이어 콜센터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자가 발생해 ‘마스크 없는 일상’을 본격화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결론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증세가 전혀 없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평소 마스크를 벗어도 큰 우려 없이 생활하겠지만 밀착접촉 가능성이 큰 지하철·버스 안이나 실내공간에서 마주 앉아 대화할 때는 면마스크라도 착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마스크 착용의 주요 목적은 ‘내가 감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감염시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