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모리조 ‘요람’, 1872년.
그림 속 젊은 엄마는 화가의 언니 에드마다. 그 역시 결혼 전까지는 화가였다. 당시만 해도 여성이 화가가 되거나 정식 미술교육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 자매는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여러 화가에게 미술 수업을 받으며 재능을 키울 수 있었다. 자매는 약 10년을 함께 작업한 동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는 결혼과 출산으로 그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말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된 거다. 자매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종종 토로했다. 언니는 당시 미혼이었던 동생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자신의 몫까지 다해 주길 바랐고, 동생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도 모리조는 결혼 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출산한 해를 빼곤 인상주의 전시회에 매해 참가한 열성적인 인상주의자였고, 평생 붓을 놓지 않았다. 역사화는 배울 기회조차 없었기에 화가 자신의 경험에서 소재를 찾았고, 가족과 친구를 모델로 따뜻한 일상의 풍경이나 여성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대표작인 요람은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여성 화가가 그렸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혹평도 주목도 받지 못했고, 판매에도 실패했다. 결국 그림은 에드마의 집에 보관되었다가 1930년에야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됐다. 58년 만에 얻은 정당한 평가였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