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레딧 스프레드 추이. (하나금융투자 제공) © 뉴스1
하나금융투자는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금융위기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12일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 우려, 유가 급락에서 기인한 불안감과 정책 대응 기대가 교차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에 걸쳐 급등락이 반복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극렬하게 확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나금투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은 3월 들어 거래일 절반의 장중 변동 폭이 20bp(1bp=0.01%)를 넘어서며 수차례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변동성 지수(VIX)는 40선을 돌파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미국 국채 대비 신흥국 국채의 약세 폭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신흥국의 채권금리도 동반 하락(가격 상승)한다. 금융시장에 위험 요인이 발생할 경우에도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반등(금리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승진 연구원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음에도 시장금리가 반등(가격 하락)한 데에는 극단적 리스크 회피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현 국면은 시장의 불안감이 지난 금융위기 수준까지 근접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 채권시장의 경우 단기적인 금리 반등은 나타날 수 있지만 주요 중앙은행들의 추가 통화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금리의 하방 압력이 유지될 전망”이라면서 그러나 신흥국은 각국 통화정책 기조와 별개로 극도의 리스크 회피 심리로 인해 정책금리 인하가 진행 중인 가운데에서도 자금 유출에 의한 시장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리스크 경계 심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미국 회사채 시장에는 오랜 기간 유지되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저금리 고착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하나금투에 따르면 미국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차(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93bp에서 172bp(10일 기준)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박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스프레드 확대 기조는 향후 기발행 채권의 만기 도래 시점의 만기연장(롤오버) 리스크를 더 높이게 될 전망“이라며 ”하이일드 기업의 부실화가 상위 시장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자금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리스크에 대해 단순히 주가 하락과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전망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산 매입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대응 강화와 재정정책 확대 기조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변동성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