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자 나온 1월 20일 이후 개미들 12조5077억 순매수 외국인-기관들은 14조 순매도…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중 19개 종목 주가 내려 수익률 ―22%… 외국인은 ―5.34%로 손실폭 줄여
은퇴 후 주식 투자에 나섰던 정모 씨(65)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 기회인 줄 알고 빚까지 내 1월 말부터 최근까지 우량주 위주로 사들였는데 주가 하락이 연일 계속되면서 반대매매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 씨는 “뉴욕 증시까지 요동치면서 증시 폭락이 장기화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금융시장의 공포가 커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어디까지 갈지, 바닥이 어디일지 감도 잘 안 잡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들의 저가 매수 투자 전략은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20곳 중 19곳은 주가가 내려 평균 수익률이 ―21.8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15.21%보다 저조한 기록이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 순매수 상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5.34%로 손실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증시가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개인들의 손실도 불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증시에 개인들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이 사들인 물량이 시장에 너무 많아 주가 반등 시기가 오더라도 그 물량이 쏟아지면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미들의 경우 주가가 더 하락하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우려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1874억 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으로 잔액이 많을수록 저가 매수를 노려 주식을 산 개미들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들은 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돈을 회수한다. 이 같은 반대매매는 또다시 증시에 추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전망이 매우 불안정한 만큼 가격만 보고 무리하게 주식을 사들여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주식 시장이 안정화된 뒤 매수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장 상황을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불확실성이 높고 코로나19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무조건 싸다고 들어가는 행위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코로나19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론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더라도 경제활동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