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사각지대 콜센터뿐인가… 다중 밀집 사업장 방역 총력전 펴라

입력 | 2020-03-13 00:00:00


어제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114명이 늘어난 7869명으로 그 증가 속도는 주춤했다. 하지만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 ‘슈퍼전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센터 첫 확진 환자의 증상 발현일은 2월 22일로 확진되기까지 약 2주가 걸렸다. 그동안 직원들은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했고 국내 여행을 하거나 대형마트 방문, 교회 예배 등 불특정 다수와 광범위한 접촉도 했다.

서울 내 콜센터는 425곳, 전국 콜센터(740곳)의 58%가 집중돼 있다. 경기와 인천에는 각각 60곳, 19곳이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대구와 충북 청주 콜센터에서 확진 환자가 잇달아 콜센터발 집단 감염 경고가 울린 상태였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콜센터 같은 고위험 사업장은 내내 방치한 채 방역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신천지예수교 살인죄 고발과 세무조사 등에 행정력을 낭비했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빽빽이 모여 앉아 일하는 사업장은 콜센터뿐만이 아니다.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에는 봉제 보석 제화 인쇄 등 각종 영세 공장이 밀집돼 있다. 노래방 PC방 독서실 스포츠센터 같은 다중이용시설과는 또 다르게 생계를 위한 일터는 자발적인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다. 직원 차원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출퇴근 시간 등 근무 조건을 바꿀 수도 없고, 영세한 사업주가 방역할 능력도 없는 이런 사각지대부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돌봤어야 한다.

어제 정부는 처음으로 고위험 사업장에 감염관리 지침을 내렸다. 각 사업장이 감염관리 책임자를 지정해 발열 등 증상 확인을 하루 2회씩 해야 한다. 직원 좌석 간격을 1m 이상 떨어뜨리고 위생용품을 충분히 비치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수명이 모여 일하는 가내수공업식 영세 사업장의 특성상 이런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사업장이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임해야 하지만 지자체와 관련 협회들이 힘을 합쳐 감염교육이나 위생용품 지원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