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소아암 사각지대’ 보도 이후… “우리 가족보다 더 필요한 아이들” 부모들 십시일반 마스크 기부행렬… 싱가포르 거주 60대는 550장 약속
동아일보를 읽고 기부 의사를 전해 온 이대웅 씨가 11일 소아암 환자들에게 보낸 마스크와 손소독제. 이대웅 씨 제공
싱가포르에 사는 정모 씨(66)는 12일 통화 내내 ‘아이들’ 걱정이었다. 동아일보에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아암 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이 마스크 구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기사를 읽은 뒤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결심한 정 씨는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과 부모들을 위해 마스크 550장을 마련했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또다시 ‘천사의 날개’가 펼쳐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를 접한 여러 동포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기부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이들을 시민들이 먼저 도우려 나섰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이대웅 씨(38)도 동아일보를 읽고 마스크를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 살짜리 아들과 두 살짜리 딸을 키우는 아빠인 이 씨는 마침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사뒀던 어린이 보건용 마스크가 있었다. 이 씨는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편이라 지금 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갖고 있던 보건용 마스크는 소아암 환자처럼 꼭 필요한 아이들이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이 씨는 11일 보건용을 포함해 마스크 120장과 손 소독제, 마스크 보관용 파우치 등을 동아일보를 통해 소아암 환자 부모 2명에게 배송했다. 이 씨는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제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8·여)도 기부에 참여했다. 어렵사리 인터넷을 뒤져 구매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역시 소아암 환자들에게 전달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 기사에서 ‘엄마가 아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마스크를 사러 나갈 수도 없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울컥했다”고 했다.
기부를 받은 소아암 환자의 부모들은 연신 “고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뇌암을 앓는 13세 딸을 둔 임남빈 씨(46)는 “이렇게 모르는 분들까지 나서 도와주실 줄은 정말 몰랐다”며 “너무 고맙다. 용기를 내서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역시 딸이 소아암 환자인 권모 씨(40·여)도 “딸에게 마스크가 곧 도착할 거라고 알려줬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면서 “병이 다 나은 뒤에 언젠가 우리도 꼭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자고 딸과 약속했다”며 인사를 전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