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경복궁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한 그는 1월 하순경 몸에 이상을 느끼자 그 직후부터 스스로 자가 격리를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철저한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가족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집에서도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낀 채 생활했고 식기도 소독해 사용했다. 확진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인적이 드문 철길을 따라 30, 40분을 걸어서 갔다. ‘다른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음 기록을 남긴다’고 일지 머리말에 쓴 것처럼 주변에 미칠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 덕분에 그와 접촉한 23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한 슈퍼 전파자는 마스크를 쓰라는 의사 처방을 어기고 병원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80명이나 감염시켰다. 당시 153명을 감염시킨 5명의 슈퍼 전파자가 있었는데 이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1명뿐이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방역에 구멍을 내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3차 확산’이냐, 불길을 잡느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1129번 환자처럼 타인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극심한 불편을 감내하는 성숙한 ‘환자의식’이야말로 백신도 치료약도 없다는 코로나19를 대적할 가장 큰 힘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셀프 방역을 적극 실천한다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결국 정부도, 보건당국도 아닌 인간 자신이 아닐까.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