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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에 봉쇄선 그은 美… 글로벌 경제-외교안보 대형 악재

입력 | 2020-03-13 03:00:00

[코로나19 확산]
트럼프 “30일간 유럽發 입국금지”




뉴욕거래소에 등장한 ‘손 소독기’ 11일(현지 시간) 손 세정제가 설치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하락한 2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간 미국 입국을 금지한 것은 대서양 전체를 사실상 봉쇄선으로 긋는 이례적인 강경 대책이다. 중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으로 묶여 있는 지역이고, EU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파장 확산 우려

솅겐조약이 적용돼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국가는 영국과 아일랜드,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한 26개국이다. 특정 국가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한다고 해도 유럽 전체를 막지 않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미국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영국은 올 1월 EU에서 탈퇴했고 솅겐조약 가입국도 아니다.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미국 내 입국 제한 조치 논의가 불거졌을 때에도 “EU 전체를 막기에는 너무 광범위해서 사실상 제한이 불가능하고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한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결국 이 카드를 꺼내든 것.

미 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간 미국을 방문한 유럽인은 724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발 입국을 막을 경우 먼저 관광산업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관계자들의 긴밀한 대면 협의와 투자 협상, 현지 시찰도 한층 어려워져 각종 산업 분야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또 EU는 인구 5억1000만 명에 연간 무역 규모가 700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다. 지난해 디지털세 등을 놓고 양측의 무역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파장이 작지 않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 기지들은 미군을 중심으로 중동에 파견된 나토군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달간 병력 이동이 제한되는 데다 유선으로는 교환하기 어려운 기밀 정보의 공유나 협의도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

○ 유럽 “예상 못 했다” 당혹

유럽은 미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위기로 어떠한 대륙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조치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워싱턴 주재 유럽국 대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에야 국무부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인적 교류는 물론이고 화물과 교역 물품까지 모두 조치 대상에 포함되는 것처럼 말해 한때 혼란이 일었지만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포고령 전문에서 금지 대상을 ‘사람들(persons)’로 적시하면서 정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대출 지원 및 이를 위한 예산 500억 달러 요청 △피해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납세 연장 △급여세 면제에 대한 의회의 동의 요청 등이 포함됐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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