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伊 “모든 상점 2주간 폐쇄”… 일부국가 국경통제 ‘하나의 유럽’ 포기

입력 | 2020-03-13 03:00:00

[코로나19 확산]
伊 신규환자 2000명 넘자 극약처방… 생필품점-약국 빼고 모두 문닫아
스페인-佛 등 유럽 확산세 심각… 헝가리, 伊서 입국 전면금지
스위스, 伊와 국경통행 ‘샛길’ 막아




“이제 이탈리아에서 산다는 게 약간 초현실적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11일 저녁(현지 시간) 로마 시민들은 “모든 게 두렵고 너무 낯설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AFP통신 등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이탈리아의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여행객과 신도로 가득 찼던 로마 내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은 인적이 끊겼다. 다른 도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도심은 텅 비었고, 동네 슈퍼마켓만 생필품을 구하려고 줄지어 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끔 1m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걸면 주변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최소 2주간 식품 판매점,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선포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술집, 식당, 미용실, 구내식당이 모두 문을 닫는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전국 이동제한령 등 전례 없는 강경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내 누적 확진자 수는 11일 밤 기준 1만2462명으로, 전날 대비 무려 2313명 증가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사망자는 전날 대비 196명 증가한 827명이다.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모든 상점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은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은 슈퍼마켓은 한 번에 한정된 인원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식료품 가게나 필수품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열려 있을 테니 서둘러 사둘 필요는 없다”고 달랬다. 그러나 줄을 서서 기다려도 이미 선반이 텅텅 빈 상점이 속속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더선이 전했다.

병원에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탈리아의 한 의사는 “병원이 환자들의 ‘쓰나미’로 압도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수 의약품이 약탈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 외 유럽국들의 확산세도 거세다. 스페인에서는 8일 589명이던 확진자가 사흘 만에 2968명(사망 84명 포함)으로 껑충 뛰었다. 12일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 내각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497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 수가 2281명(사망자 48명 포함)으로 늘었다. 독일(2027명), 노르웨이(687명), 스웨덴(500명), 영국(456명) 등 전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인적·물류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에 따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회원국은 자유로운 국경 이동이 가능하다. 주요 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 대다수가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유럽 인구의 20%(EU 회원국 기준)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유럽인 특유의 개인주의와 위기의식 결여, 각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겹쳐 순식간에 코로나19가 유럽 대륙을 덮쳤다고 BBC 등은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국가는 ‘하나의 유럽’ 유지를 포기하겠다며 우선 이탈리아에 대해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스위스는 11일 이탈리아 국경의 소규모 검문소 9곳을 폐쇄하고 양국을 오가는 차량은 대규모 검문소가 있는 주요 도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헝가리도 이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탈리아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했다. 오스트리아는 10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오는 사람은 건강 확인서를 지참한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각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이날 쏟아냈다. 스페인 정부는 주요 도시에서 인구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 금지, 휴교령, 하원 의사당 1주일 폐쇄를 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는 다음 달 초까지 미술관, 영화관, 콘서트홀, 대형 술집을 폐쇄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