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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김형오 “화살받이 되겠다”…김종인과의 갈등 수면위로

입력 | 2020-03-13 17:10:00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11시 40분 기자회견을 열고 김미균 시지온 대표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작업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서울 강남병 공천(김미균 시지온 대표) 등 공천 반발 때문이지만,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일부지역 공천 철회 주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컷오프 된 친박(친박근혜)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형오 공관위’를 해산하고 아예 새로운 공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남병 후보 추천을 철회한다.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오늘 부로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모든 화살을 나한테 쏟아라. 화살받이가 되겠다”며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기로 했다.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사퇴 결정이 김 전 대표와 연관성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문제 삼은 서울 강남갑(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강남을(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 공천 변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천은 이미 끝났다”고 했다.

전날 공관위가 김미균 대표에 대한 공천을 발표한 이후 김 대표의 페이스북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 선물 게시물 등에 대한 제보가 당으로 다수 접수되며 ‘친문 논란’이 일자 김 전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다정한 선물을 받았다” “편지를 여러 번 읽어봤다”고 썼다. 또 2016년 12월에는 시지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원 촛불집회를 지상파 방송사와 라이브 중계하는데 기술 서비스를 제공했고, 정권이 바뀐 뒤에는 문 대통령 핀란드 순방길에도 동행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12일 밤에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고, 빨리 반응을 해서 철회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창창한 청년 인재가 ‘문빠’가 돼버려 민주당에도 못가고, 통합당에서도 활동 못하는 상황이 된 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사퇴 기자회견 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하루아침에 문빠가 되어있더라”며 “전혀 아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 교류했던 것이지 누군가 강하게 지지했던 게 전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40분 뒤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공천 철회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초반 현역 컷오프를 위해 조용히 물밑작업으로 불출마를 설득하며 ‘스텔스 공관위’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공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물갈이 대상이 된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일부 인사들에 대한 ‘사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전 위원장은 사퇴 결정으로 인해 강남병 공천 철회, 사천 논란, 컷오프 잡음을 한꺼번에 묻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문빠라고 하는데, 김종인 전 대표의 정체성은 민주당에서 의원을 지내고 대통령 후보를 꿈꾼 사람”이라며 “그동안 공관위가 미래지향적 공천을 해왔는데, 과거 지향적인 인물에 바통을 넘겨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명예에 ‘기스’ 나는 것은 못 견딘다”며 “사퇴로 공천 잡음 해소와 남은 공관위원들의 공천작업을 지켜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선대위원장이 유력했던 김종인 전 대표와 공관위의 갈등구도가 돌출된 만큼 향후 선대위 전환 과정은 물론 총선 판도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컷오프 당한 현역의원들과 친박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를 이참에 해체하고 새로 꾸려 일부 공천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조동주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