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제니퍼 라이트 지음·이규원 옮김/384쪽·2만 원·산처럼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로날트 D. 게르슈터 지음·강희진 옮김/368쪽·1만7000원·미래의창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는 안토니우스 역병부터 소아마비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시달려온 전염병의 역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페스트로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을 때 사람들은 ‘생양파 썰어 집 안에 두기’ ‘에메랄드 부숴 먹기’ 등이 효능 있다고 믿었다. ‘역병의 악마’를 쫓는 독수리 가면을 쓴 의사들의 치료법도 개구리나 비둘기를 가져와 독을 빨게 하는 정도였다. 실소가 나오는 대처지만 미래의 인류가 우리 시대 질병을 되돌아보며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 결핵은 유사 이래 가장 미화된 전염병이다. 19세기에 유행하는 동안 작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세균성 질환이 아름답고, 고상한 상류층만 공략한다고 여긴 듯한 그릇된 관념은 이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메르스 사스 등에서 보듯 20세기 이후 병원체 변이가 잦아지고 항공을 통한 고속 대량 이동이 시작돼 전염병의 위협이 더 커졌다. 누구도 코로나19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전염병이든 인류는 견뎌왔고, 결국 이겨냈다는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