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도널드 홀 지음·조현욱 최희봉 옮김/240쪽·1만5000원·동아시아

그래도 시인은 시인이다. 처음 시를 쓴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경이로운 기억력으로 간결한 문장에 실어낸다.
결혼과 이혼, 여자친구들, 수염 기르기, 담배 피우기, 돈벌이로서 시낭송, 죽은 시인들 따위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이 글로 떠벌린다. 재치 있는 묘사와 비유, 블랙유머가 압권이다. 단문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 ‘늙은이’는 팔걸이의자에 조용히 앉아 펜 끝으로 기관총을 갈기고 수류탄을 던져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