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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실업급여 타라” 중소 제조업체, 직원 9명중 5명 내보내

입력 | 2020-03-14 03:00:00

[코로나19 확산]코로나 도미노 산업계 전체로 확산




1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과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장이 항공 해운 정유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전방위 산업을 흔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공급 차질과 소비 침체 현상으로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수출 중심인 한국 산업계에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13일 “가장 약한 고리인 부실 중소·중견기업과 영세업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고 기간산업인 항공 해운 정유 산업도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한국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산업계 전체를 뒤덮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가장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업계는 이미 노선을 80% 가까이 줄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20% 정도만 줄였다”고 했다. 항공기 10대 중 7대가 땅에 장기간 머물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가장 많이 운영하는 중형급 B737 항공기 한 달 주기료와 리스 비용 등은 약 2억5000만 원을 웃돈다. 이런 항공기 수십 대를 보유한 대형사의 경우 매일 수십억 원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

비행기가 멈추고 중국 등지의 산업 가동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유가마저 급락하자 정유업계는 위기에 빠졌다. 최근 공장 가동률을 15%가량 낮춘 정유업계는 추가적인 감산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감산 폭은 6%였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1분기(1∼3월)에만 수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연간으론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현재는 제품을 팔수록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6년 8조 원을 넘었던 국내 정유 4사의 총 영업이익은 올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공급 차질, 확진자 발생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업계는 이제 글로벌 소비 위축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미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줄어든 18만9253대였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이어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얼어붙으면 올해 최악의 실적을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수만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에까지 연쇄작용이 불가피해 자동차산업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자동차 조선 등의 업황 악화로 기계부품업체들도 조업 및 물량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지고, 결혼 등이 취소되면서 가전제품, 스마트폰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내수 위축만으로도 힘든 가운데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 수요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까지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침체의 악영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로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 글로벌 D램 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면서 긴 불황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반도체업계는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내수시장은 마비된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롯데백화점(―27.7%), 현대백화점(―22.5%)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신세계면세점은 관광객이 급감하자 시내면세점인 강남점과 명동점을 월 1회씩 휴점한다고 밝혔다. 전시·행사업체들은 5월까지 대부분 행사가 취소됐고, 음식점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 소상공인지원센터 북적 13일 오전 대구 중구에 있는 대구 남부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피해 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대구=뉴스1

구두를 제조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직원 9명 중 5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 사장은 “상황이 이어지면 어차피 문 닫을 수밖에 없어 사람을 줄이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해고자도 월급을 못 받으며 버티느니 차라리 실업급여를 타서 생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변종국·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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