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놓고 양국의 대응은 180도 달랐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한 데 비해 일본은 검사 자체를 자제했다. 한국이 확진자를 음압병상에 넣고 동선을 샅샅이 공개하며 시민들의 자가 격리를 유도할 때, 일본 정부는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요양하고 3일 이상 열이 난 경우에만 병원에 가라’고 했다. 코로나19를 감기처럼 여겨 중증인 경우 치료하지만 굳이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말 잘 듣는 일본인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정부 시책에 고분고분 따랐다. 급기야 ‘검사 억제는 일본 정부의 영단(英斷)’이라며 한국과 이탈리아가 철저한 검사 탓에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한 기사조차 등장했다(11일 ‘비즈니스 저널’).
▷손 마사요시(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선의도 바로 이 ‘의료 붕괴’ 논리에 밀려났다. 그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우선 100만 명분 진단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시간 만에 철회했다. 비난은 ‘의료기관에 과잉 부담이 된다’거나 ‘한국 같은 의료 붕괴를 원하는가’에 쏠렸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신속검사 시스템은 세계의 찬사를 듣는 한편으로 한동안 ‘중국에 이은 확진자 2위 국가’ 오명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다시 손정의 회장. 그는 한 팔로어가 “진단검사보다는 마스크를 나눠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올리자 만 하루 반 뒤 “합시다. 마스크 100만 장 기부합니다. 간병시설과 개업의에게. 해외 공장에 주문 완료”라고 화답했다. 공동체를 도울 의사와 능력 모두를 갖춘 그는, 망설임도 기죽는 일도 없어 보인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