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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금융 모두 ‘코로나 중병’

입력 | 2020-03-14 03:00:00

불안 확산에 주가 장중 1700 붕괴… 코스피-코스닥 첫 ‘동반 거래정지’
2월 車생산 26%, 백화점 매출 31% ↓
실물-금융 동시 충격에 경제 패닉




썰렁한 명동거리… “휴업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고 그 여파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복합 불황이 가시화하고 있다. 13일 인적이 뜸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생산과 소비, 금융 등 글로벌 경제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유럽발(發) 입국 금지 조치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면서 미국 증시가 크게 주저앉았으며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도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13일 한국거래소는 코스피가 개장 직후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700 선까지 붕괴되는 패닉 현상이 벌어지자 미국 9·11테러 발생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 이후 18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정지)를 발동했다. 장중 한때 500 선이 붕괴된 코스닥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두 증시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시행된 건 사상 처음이다. 코스피는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 코스닥지수는 39.49포인트(7.01%) 빠진 524.00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226.0원까지 오르며 2016년 3월 이후 4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원화 가치 하락). 투자자들이 현찰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마저 내다팔아 주가, 환율, 채권 값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일어났다.

이날 주가 하락은 전날 미국 주요 지수가 1929년 대공황 시기에 맞먹는 하락세를 보인 게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실물경제의 충격이 누적된 데다 위기 극복을 기대할 만한 대안 부재, 여기에 인적 이동 제한이라는 미증유의 조치까지 겹치면서 공포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도 패닉 상태다. 전례 없는 수요 위축 상황에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정유사 에쓰오일마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평균 가동률이 50∼7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생산 기반도 악화되고 있다. 백화점은 1∼3월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사람들이 거리 외출까지 삼가면서 매출 감소 현상은 가두 대리점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건혁 gun@donga.com·서동일·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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