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연 이은 첫날 공연 성황 오후 2시·7시 공연, 객석 기립박수 공연장 방역·객석 소독 철저 6월2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지난 14일 저녁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은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보내는 기립 박수에 배우들은 먹먹해했고, 스태프들은 눈시울까지 붉어져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이날 서울 공연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 뉴욕 명물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대형 뮤지컬을 공연하는 대형 공연장들이 약 한 달간 문을 닫기로 했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1998년부터 브로드웨이 전용 극장인 마제스틱 극장에서 공연해온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이다.
특히 외국 배우, 스태프들은 더 불안할 수 있는데 한국 방역 시스템 등에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 공연뿐만 아니라 서울 첫 공연이었던 오후 2시 무대에 대한 관객 반응 역시 뜨거웠다.
모친이랑 이날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온 20대 후반의 회사원 장모씨는 “부산공연을 할 때부터 기다렸는데, 코로나 19로 취소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됐다”면서 “올까말까 망설이기도 했는데 오늘 공연을 보니, 정말 관람하기를 잘했다. 서울 공연 폐막 전 한 번 더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 인터파크티켓 관람 후기 게시판에도 “관람하기를 잘했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인 만큼 공연장은 안전에 더 신경쓰고 있다. 블루스퀘어는 전 관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전 관객 대상 측정 모니터링, 방역은 물론 일 1회 이상 극장 내 객석 알코올 소독, 외부 음식물 반입 및 배우 증정 선물 일시 제한 등을 실시했다.
관객들 역시 청결에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다. 손 세정제를 계속 사용하는 건 물론 손을 닦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지니 남자 화장실 대기 줄도 늘어났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원작으로 이미 뮤지컬계에 고전이 된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의 이 걸작에 대해 새삼 리뷰가 필요없을 법도 하다.
코로나 19로 ‘무관중 온라인 실황 중계’가 각광 받고 있지만, 무대로 곤두박질치는 1t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 자욱한 안개와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281개의 촛불, 객석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2막1장 가면무도회 장면 등 웅장한 세트와 번쩍이는 의상은 직접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의 맷 레이시 등 부산 공연부터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의 역량은 더 탄탄해졌고 감정 표현은 더 깊어졌다.
사실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설도윤 프로듀서가 2001년 말 LG아트센터에서 한국어 라이선스로 처음 국내에서 개막, 7개월간 244회 공연을 통해 관람 인원 24만명을 기록했다. 객석 점유율은 94%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품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관객이 반토막나는 등 뮤지컬계가 타격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큰 이유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취소표가 생기고 있지만 오는 5월 초까지 좋은 좌석은 이미 다 팔려나갔다. ‘오페라의 유령’은 증명된 작품성을 통해 2020년 대한민국 공연계를 어떤 박자와 멜로디로 스케치해나갈지 주목된다.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은 6월26일까지다. 이후 7~8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