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각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상점 폐쇄, 모임 금지, 비상사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영국발 승객들의 입국까지 금지하면서 미국-유럽 간 대서양은 완전 단절됐다.> 계속되는 ‘셧다운’ 속에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은 사라졌고 세계는 멈춰 섰다. CNN,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런 전 지구적 상황을 혼돈(chaos), 위험(risk), 침몰(sink) 등의 단어로 묘사했다.
● 일상이 사라진 유럽
14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정부는 “15일부터 국가 운용에 필수적이지 않은 다중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확진자 4469명, 사망자 91명으로 늘자 내린 극약처방이다.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이나 약국을 제외한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모든 상점은 문을 닫게 됐다.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에펠탑도 무기한 폐쇄되면서 주말 내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은 이날부터 15일간 ‘국가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모든 스페인 국민이 식품이나 의약품 구매, 출퇴근 목적을 제외하고는 자택에서 격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시민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방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부인인 마리아 페르난데스 여사가 감염돼 총리와 부인 모두 격리 조치됐다.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가 2만1157명으로, 전날보다 무려 3497명 증가했다. 교황청은 사상 처음으로 다음달 12일 부활절 기념 미사를 신도 없이 온라인 중계로 진행하기로 했다.
● 생필품 사재기 벌어진 美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14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국 이외 지역의 모든 매장을 27일까지 2주간 폐쇄한다고 밝혔다. 반면 폐쇄했던 중국 내 매장은 13일 문을 열었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19의 발병지가 유럽과 미국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13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미국인의 첫 주말은 사실상 정지됐다. 대형 교회들은 예배를 중단했고, 미국 3대 프로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뮤지컬 극장이 밀집한 타임스스퀘어 광장에는 관광객들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가 학교를 닫기로 결정하는 등 미국 내 17개 주에서 휴교령이 내려졌다. 미국 내 학생 2600만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점 폐점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형 매장과 상점에서는 생수, 휴지가 동이 났다.
미국은 14일 최대동맹인 영국마저 감염자가 늘자 입국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모든 보건 전문가의 일치된 권고”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요 공항들은 유럽에서 돌아온 시민들이 몰린데다 검역이 강화되면서 입국장에 길게 줄이 늘어서 북새통을 이뤘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사태가 심각해질 때를 대비해 미국 내 여행 제한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