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각국이 국경 폐쇄, 전면 출입국 제한 조치 등을 내놓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큰 혼란에 빠졌다. 유럽을 국경 없는 단일 시장으로 인식하고 부품¤소재 조달 및 완성품 수출망을 구축해왔는데 ‘하나의 유럽’이 흔들리면서 유럽 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5일 산업계는 특히 상대적으로 방역 의료 체계가 취약한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 통제에 나섰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폴란드, 체코 등이 2004년 대거 유럽연합(EU)에 가입하자 동유럽 생산-서유럽 판매 모델을 구축했는데 각 국이 외국인 전면입국 금지 등 출입국 제한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KOTRA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유럽 지역 전체의 생산법인 210곳 중 이들 동유럽 4개국에서 160개의 생산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유럽은 지리적으로 서유럽과 가깝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데다 생산 비용도 훨씬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LG화학)와 헝가리(삼성SDI)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해 독일, 프랑스 등의 완성차 업체 공장으로 공급하는 다른 기업들도 유럽 각국 정부의 국경 봉쇄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운송¤물류 비용이 늘어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도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3곳에 TV¤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LG전자는 폴란드에 생산 법인을 2개를 두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 차질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럽 경기 침체로 TV와 가전제품,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를 더욱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에 이미 출장을 나간 인력의 복귀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슬로바키아로 출장을 간 자동차 부품 업체 직원 A씨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을 가까스로 구했다. A씨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공항을 폐쇄해 오스트리아 빈 공항까지 개별 픽업 차량으로 이동했고, 파리까지 유럽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대한항공 귀국편을 타는 일정”이라며 “조금만 대응이 늦었어도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출장자의 국내 귀국이 쉽지 않은 경우 장기 체류를 조치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으로 인수합병(M&A) 절차를 밟으러 간 직원들이 바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 출장 체류 기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의 각 나라 정부가 제각각 산발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쏟아내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유럽 지역 29개국에 등록된 한국 기업의 법인 지점 사무소는 총 94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