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전경.(해군 제공) © News1
민간인 2명이 7일 제주 해군기지를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은 군 경계·대비태세와 초동조치의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6월 북한 목선의 ‘해상 노크 귀순’ 사건으로 군 대비태세가 논란이 됐음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민간인 2명이 7일 오후 2시 16분 해군기지 외곽 펜스를 절단해 부대로 침투할 당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폐쇄회로(CC)TV의 경보음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훼손된 일부 외곽경계용 CCTV를 그해 12월 교체했으나 기존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은 채로 사실상 방치해 둔 것. 원래대로라면 침입 움직임이 포착되면 CCTV 화면에 알림과 경고음이 울리며 동작인식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 또 CCTV 70여 대를 장병 2명이 감시하는 경계구조상 실시간으로 침입을 포착하기도 어려웠다. 민간인 2명은 ‘구럼비 발파 8주년’ 시위를 위해 부대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부대를 둘러싼 미관용 펜스는 가정용 펜치로도 쉽게 절단이 가능했다고 한다. 제주기지 울타리는 미관을 고려해 콘크리트가 아닌, 내부가 보이는 철망 형태로 지어졌다. 군 관계자는 “향후 울타리를 콘크리트로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12시 50분경 부대 정문에서 두 차례 출입을 거부당하자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침입을 예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은 “군의 중요 임무인 기지 경계 작전에서 발생된 과오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경계 작전 시스템에 대한 보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는 8일부터 11일까지 합동검열을 실시해 경계 작전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해임했다. 앞서 해군은 9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민간인 4명을 군용시설 손괴 및 침입 등 혐의로 고발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