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100년 퀀텀점프의 순간들] <16> 첨단전선으로 세계 진출 LS그룹
금성광통신은 금성전선과 AT&T가 1984년에 만든 합작사였는데 합작사를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수출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국산 광섬유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쾌거였다.
LS전선의 전신인 금성전선이 미국에 발 빠르게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979년부터 한국 최초의 전선기술연구소를 세우며 광통신, 초고압 케이블 등 첨단 전선 분야의 국산 기술개발에 매달린 덕분이었다. 2005년 LS전선으로 재탄생한 회사는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 LS그룹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위기 때마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 진출을 강조해 왔다. 올 초 새로 승진한 임원들과의 만찬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열쇠를 앞장서 찾아내는 모험가적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전력산업의 대동맥, 글로벌을 꿈꾸다
당시 임직원들이 ‘수출 전사’로 나섰던 배경에는 창업 당시부터 새겨진 DNA가 있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1962년 금성전선(첫 사명은 한국케이블공업)을 설립하며 ‘전선공업 진흥을 통한 경제발전에의 기여’를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전력 공급에 기여함으로써 한국 산업의 ‘대동맥’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구 창업주는 일본의 히타치전선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면서도 언젠가 일본을 넘어설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일본이 부럽다고들 하지만 20, 30년 가면 저 사람들보다도 우리가 앞질러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한국의 희망 아닌가.” 구 창업주는 1966년 한국케이블공업 안양공장의 첫 가동을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창업주의 꿈은 현실이 됐다. 50여 년이 지난 현재 LS그룹은 미국 중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25개국 100여 곳에 현지 생산법인, 판매법인, 지사, 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LS전선은 초전도, 해저, 초고압 케이블 분야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지난해 ‘꿈의 기술’로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을 한국전력과 함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LS산전은 글로벌 전력 기기 및 스마트 에너지 분야를 이끌고 있고 LS니꼬동제련은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 규모다.
○ 평화로운 ‘사촌경영’의 힘
L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된 것은 2003년 11월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선(현 LS전선)을 중심으로 LG니꼬동제련(현 LS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현 E1),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의 계열 분리를 최종 승인했다. 구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을 일컫는 ‘태평두’ 삼형제가 독립경영을 알린 것이다.
최근 LS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 코로나19 등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혁신을 위해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작업을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전통 제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 작업은 구두회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LS그룹 미래혁신단장(LS엠트론 회장)이 이끌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0’을 참관하며 “디지털 시대에 업(業)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사업 영역이 재정의되고 있다”며 “미래를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