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의 조치로 문을 닫은 파리 시내 식당 모습. 의자가 쌓여 입구를 막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김윤종 파리 특파원
불과 4, 5일 전까지 코로나19에 대해 물으면 “정말 그렇게 심각하냐”고 반문하는 파리 시민이 대다수였다. 이런 인식을 우려한 듯 유럽 각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뺨을 맞대며 인사하는 비주(bisou)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이탈리아는 대화 시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1m 안전거리 룰’을 내놨다. 영국은 공식 행사에서 악수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시민은 “황당한 조치”라고 했다. 파리 15구 샤를미셸역 앞에서 만난 주부 로즐린 씨는 “친구를 만나면 그냥 비주를 한다”고 말했다. 바스티유광장 일대에서 만난 이리나 씨는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니 비주를 하지 말자’는 친구에게 화를 내며 억지로 끌어안고 뺨을 비벼댔다. 길에서 만난 시민에게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가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 “‘마스크를 쓸 정도면 집에 있지, 왜 밖에 나오느냐’는 게 프랑스 정서”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지난달 말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설문조사에서 프랑스인 중 귀가 후 손을 씻는 비율은 37%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은 유럽에서 빠르게 코로나19가 퍼진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높은 고령자 비율, 초기 대응 실패, 의료 시스템의 결함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인들의 안일한 보건의식이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붙인 제1원인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설마’ ‘나 하나쯤이야’란 단어를 머리에서 지우는 유럽 시민이 늘어나야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