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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초대형 부양책에도… 실물-금융 복합위기 대응 역부족

입력 | 2020-03-17 03:00:00

[코로나19 팬데믹]약발 안통하는 글로벌 양적완화




15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들이 멈춰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항공편 운항 절반을 감축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요일인 15일 오후(미국 동부 시간 기준)에 전격적으로 ‘제로 금리’ 발표를 단행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 일본 등도 즉각 부양책을 꺼내며 화답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미중일 세 국가의 공조 신호탄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소비가 마비된 세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 연준 ‘제로 금리’ 초강수… 중일도 돈은 풀지만


15일(현지 시간)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하며 금리를 2015년 이후 5년 만에 ‘제로 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달 3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연준이 한 달도 안 돼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두 번이나 단행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금리 인하와 함께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확대 처방전을 동시에 꺼냈다. 16일부터 5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2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각각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금리뿐만 아니라 유동성 조치로 매우 강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심각해지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6일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을 지원하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0.5∼1%포인트 내려 5500억 위안(약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일본은행도 당초 18, 19일 열 예정이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당겨 16일 열고 3년 만에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당겨 개최한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이후 9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현재 연간 6조 엔(약 69조 원) 규모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두 배인 12조 엔으로 늘렸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발행하는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도 2조 엔을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0.1%인 기준금리는 추가로 더 내리지 않기로 했다.

○ “서너 배 더 큰 뭔가가 필요하다”

각국이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1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2∼4% 하락했고, 이어 프랑스 증시가 장중 10% 넘게 하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이어 열린 뉴욕 증시도 폭락 출발해 지난주에 이어 또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각국이 긴급 처방을 내놓아야 할 만큼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과 함께, 과거와 같은 양적완화 정도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조치가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코로나19 위기)은 ‘쓰나미’다. 서너 배 더 큰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의 본질인 실물경제 침체의 골은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기 대비 0.7%에서 ―5%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에 회복된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1.2%)에 크게 못 미치는 0.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역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를 중심으로는 통화정책을 넘어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코로나19 검진 및 차단 방지 능력과 함께 중앙은행의 유동성 유지 노력, 수요 확대를 위한 재정 부양 등 입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500억 달러(약 61조 원) 규모의 초당적 패키지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피해를 본 기업,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등을 지원하는 추가 대책이 따라야 효과를 볼 것이라는 취지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정책 금리가 적절한 정책 대응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재정정책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 뉴욕=박용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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