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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싹쓸이 구매하는데 이용한 매크로 컴퓨터프로그램(매크로)을 개발 판매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매크로를 돌릴 수 있도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실에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빌려준 박사과정 연구원도 입건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6일 오후 충남 당진에서 마스크 구입용 매크로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해온 이모 씨(32)를 업무방해방조 혐의로 검거했다. 서울에 사는 이 씨는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불안을 느끼고 부모의 집이 있는 당진으로 도주했었다. 이 씨가 매크로를 만드는데 사용한 노트북 등 장비도 압수했다.
매크로는 한 마디로 모든 작업을 빠른 속도로 자동 반복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마스크 판매가 뜨면 선정부터 결제까지 여러 인터넷주소(IP주소)로 한꺼번에 처리가 가능해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 씨는 자신이 만든 한 해외사이트의 비밀 대화방에서 구매자들과 접촉해 각 20만 원 정도를 받고 매크로를 팔았다. 지난달 초부터 이 씨는 ‘마스크 전용 매크로를 며칠 안에 만들 수 있다. 현재 시연해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씨 자신도 직접 만든 매크로를 이용해 쿠팡에서 마스크 수천 장을 사들여 폭리를 취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매자들에게 팔았던 매크로를 원격 조종해 작동되지 않도록 만들기도 했다.
경찰이 이 씨와 관련해 입건한 대상 가운데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원도 포함돼있다. 이 연구원은 서울대 소속이 아닌 지인이 마스크를 싹쓸이하려는 줄 알면서도 연구실의 고성능 컴퓨터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도 이 지인은 연구실 컴퓨터로 여러 차례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 수천 장을 구입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씨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르면 18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