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産혁신, 바다에서 미래를 연다/동아일보-해양수산부 공동 기획] 해수부-수산과학원 시범 양식장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스마트양식 기술 및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경남 하동군 중평항 인근의 녹차참숭어 가두리 양식장에서 먹이가 자동 공급되자 참숭어가 몰려들고 있다. 양식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스마트양식장 운영 앱을 실행한 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먹이가 공급된다. 오른쪽 화면은 스마트 양식장 운영 앱이 실행되는 모습. 수중카메라를 통해 어류의 먹이 활동과 상태를, 시설 보안용 폐쇄회로(CC)TV를 통해 양식장 내외부의 이상 상황을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2018년 말 기존 양식장 내 0.44ha 구역(6개 수조)에 스마트양식 시설물을 설치했다. 자동 먹이공급 장치, 사육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수중카메라, 통합제어 시스템 등 첨단 장비가 재래식 양식장에 속속 들어왔다. 이를 통해 수온, 용존산소, 염분 등에 관한 사육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해 수집하고 있다. 0.44ha 내에서 양식 중인 참숭어 26만 마리의 먹이 활동 등 상태도 양식장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양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즉시 개선할 수 있게 된 것. 이는 곧 생산원가 절감 및 폐사율 감소로 이어진다.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은 올해 6월부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양식 어민과 기업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6개 중 1개 수조를 택해 참숭어 치어 5만 마리를 넣는 것이 그 시작이다. 성어가 될 때까지 14개월을 키워 양식 전 과정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패키지 형태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간 양식 어민들은 눈대중과 경험에 의존한 노동집약적 양식을 주로 해왔다. 불확실한 감에 의존한 탓에 양식장 내 산소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해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도 겪었다. 스마트양식은 구체적인 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보다 정확한 첨단 양식 방법으로 양식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스마트양식 기초 연구를 주도 중인 수산과학원 이동길 박사는 “스마트 양식장을 시범 운영하며 장기간 수집한 사육환경, 성장 등에 관한 각종 데이터는 디지털 데이터화된 다음 양식 전 과정을 인공지능(AI)화하는 데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 및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또 다른 한 축은 스마트양식 산업단지격인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에선 수산과학원이 진행 중인 시범 양식은 물론이고 연구, 실제 양식, 가공, 유통 등이 모두 이뤄진다. 해수부는 지난해 부산시와 경남 고성군에 이어 올해 1월 전남 신안군을 클러스터 조성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중 해수부와 부산시는 국비 220억 원을 포함해 시비, 민간자본 등 총 400억 원을 투입해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일대 6만7320m² 부지에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말 스마트양식 육상 테스트베드 건립 공사에 먼저 들어간다. 부산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대서양 연어를 2023년부터 테스트베드에서 양식할 계획이다. 단지 내에 민간기업과 연구시설 등 각종 건물이 들어설 것에 대비해 상하수도, 도로 등을 조성하는 공사도 2022년 말까지 진행한다. 2025년까지 민간기업 등이 대거 입주하면 클러스터는 최종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와 수산과학원이 해상 및 육상 스마트 양식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개발한 기술은 부산, 신안, 고성 클러스터 내 테스터베드 운용에 참고될 예정이다. 클러스터 테스트베드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개발된 기술은 또다시 클러스터 내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용화되며 민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이들 데이터와 관련 기술이 ‘아쿠아팜 4.0’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쿠아팜 4.0은 스마트양식 관련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관련 기술을 지능화해 표준화하는 한국형 스마트양식 사업. 재래식 양식업의 체질을 뼛속부터 바꿔 한국을 세계적인 양식기술 국가 반열에 오르게 할 토대를 만드는 사업이다. 해수부가 주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추진하는 이 사업엔 총 사업비 6050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심사 평가를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2027년 아쿠아팜 4.0 사업이 완료되면 국내 양식어류 생산량이 2018년 8만 t에서 2030년 222만 t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쿠아팜 4.0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미래 식량 산업으로 꼽히는 양식업에 접근하지 못했던 젊은층의 도전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쿠아팜 4.0이 양식 품종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어류에 적용되는 만큼 향후 어류 양식업은 아쿠아팜 4.0을 배경으로 정부 전략산업으로 육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