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0년만에 1240원대 진입… 외국인 자금 빼며 원화약세 가속
속타는 유학생 “귀국까지 고려”… 美증시 투자자도 추가매수 고민
전문가 “섣부른 투자 말아야”

17일 17.5원 급등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날보다 17.5원 폭등(원화가치 하락)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오른 1243.5원에 마감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1183.9원)에 비해 60원가량 오른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240원을 넘은 건 2010년 6월 11일(1246.10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 환율 변동에 희비 엇갈리는 사람들

달러 송금이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고민이 많다.
얼마 전 미국 주식에 투자한 김모 씨(32)도 환율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씨는 미국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가가 더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하려 했지만 환율이 너무 올라 고민이다. 김 씨는 “1220∼1230원대는 괜찮은데 1240원대는 부담스럽다”며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장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외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는 장모 씨(32)는 “달러 기준으로 수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건 좋은 소식”이라며 “수출을 하기에 망정이지 수입하는 일을 했으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
○ 당분간 변동성 심할 듯… 신중히 투자해야
지금과 같이 환율이 크게 출렁거릴 때는 섣불리 투자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이 많다. 하루 단위의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 강남센터장은 “시장 상황을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려운 만큼 되도록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향후 본인이 생각한 환율 수준에 이르렀을 때 어떤 투자에 나설지 미리 결정을 내려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권했다.
달러 투자를 고민한다면 현재는 단기 금융상품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환율 변동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언제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동성이 좋은 보통예금 계좌에 달러를 넣어두는 게 좋다”며 “정기예금을 하더라도 1개월 또는 3개월로 기간을 짧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