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가면 그러하듯, 의사는 아이의 손목에 네 손가락을 짚고 시계를 바라보며 맥박을 재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사는 아이의 손목에 손가락을 짚고 있는 게 아니다. 아이는 의사의 손가락에 팔뚝이 가려질 정도로 몸집이 작다. 진맥을 하는 의사도, 그 모습을 걱정스레 응시하는 소녀도 아주 심각한 표정이다. 그런데 의사가 진찰하는 아이는 사실 노란 파자마를 입힌 인형이다. 어이없게도 의사는 인간이 아니라 인형을 진찰하고 있다.
화가는 이 그림의 원형이면서 더 유명한, 1929년에 그린 또 다른 ‘의사와 인형’에서는 의사가 인형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진찰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번에는 진맥을 하는 의사를 그렸다. 이전 그림에서는 인형이 인형 같았지만 이 그림에서는 인형이 사람처럼 옷을 입어 꼭 사람처럼 보인다.
소녀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이때를 회상하며 그 너그러움에 가슴이 뭉클할지 모른다. 때로는 그러한 너그러움을 비추는 것이 예술이다. 록웰의 그림이 그러하듯.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