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걸린 홍보 배너.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유근형 산업1부 기자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같은 내용의 홍보 배너가 걸려 있다. 홈페이지 상단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법(여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6일부터 걸려 있는데, ‘여객법은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법’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배너가 17일 뒤늦게 논란이 됐다. 정부가 여객법 개정안 통과 후 모빌리티 업계와 첫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배너가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스타트업 업계가 “타다를 두 번 죽이는 조롱 광고”라며 반발하면서다. 정작 타다는 다음 달 11일부터 베이직 서비스를 접게 된 마당에 “타다가 더 많아진다”며 업체명을 내세워 정책 홍보에 나선 것은 해도 너무한다는 게 스타트업계의 불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역사상 이런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하루아침에 법 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 명의 국민들과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손해 본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조롱을 한다”며 탄식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입장문을 내고 “스타트업 업계 전체를 좌절케 하는 광고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타다와 이 대표가 반발했다고 광고를 내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여객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도 지속됐다. 타다 측이 “법이 통과되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국토부는 “이 법으로 타다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국토부에 “타다가 중단되면 어떻게 하냐”며 우려를 나타내자 실무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 대표가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 영향인지 김경진 의원은 개정안 찬성 토론에서 타다 직원들을 싸잡아 ‘사기꾼 집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토부는 개정 여객법이 혁신 모빌리티법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플랫폼 면허 등이 허용된다는 측면에서 그런 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로선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자라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 택시업계가 신규 플랫폼 면허의 총량과 모빌리티 업체의 기여금을 놓고 이미 정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영향력이 큰 기존 세력이 용인하는 범위에서만 이뤄지는 혁신이 대체 혁신이긴 하겠는가.
유근형 산업1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