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레전드 이태호-서정원… 올림픽대표 후배들에 격려-조언

한국 축구의 레전드 이태호 강동대 감독(왼쪽)과 서정원 전 수원 감독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의기소침해 있는 후배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옛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현역 시절 각자의 골 세리머리를 보여주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외눈 골잡이’ 이태호 강동대 감독(59)과 ‘쌕쌕이’ 서정원 전 수원 감독(50)이 모처럼 만나 9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본선 무대를 밟게 되는 유일한 국가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든 축구 일정이 멈춘 상태. 만약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 현재 23세 이하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23세로 나이 제한이 있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서 전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기회가 없어진다면 너무 상심이 클 것이다. 빨리 확산세가 꺾여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이 감독은 당시 본선 조별리그 2차전 미국 전(0-0 무)에 전반 25분 최강희(상하이 선화 감독)를 대신해 투입됐다 후반 36분 빠졌다. 그는 “본선에서 딱 한 경기 출전한 건데 속이 엄청 상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서 전 감독은 “데트마어 크라머 총감독(독일)이 오고 나서 기존 대표팀 운영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졌던 기억이 난다. 피지컬 코치 자리가 처음으로 생겼고, 난생처음으로 훈련 중에 마그네슘과 비타민을 먹었다”고 기억했다.
올림픽 축구로 이야기꽃을 피웠던 둘은 후배들 걱정으로 돌아왔다. 서 전 감독이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다 얘깃거리”라고 하자 이 감독은 “축구도 인생이다. 그래도 행복했던 일이 불행했던 일보다 많았다. 후배들도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둘은 마지막으로 각자의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이렇게 외쳤다.
“한국 축구, 힘내라!”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