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새일꾼’展
선관위 소장 400여점 자료 바탕 아카이브전 형태로 전개
설치-퍼포먼스 등 작가 21팀 참여… 개인 관점서 선거의 의미 재해석
각종 표어-포스터 눈길 사로잡아… 관객 참여 프로그램도 다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63년 창설 이후 제5대 대통령 선거부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국민투표 홍보 포스터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일민미술관 2층에서 1987년 이전의 포스터들을 만날 수 있다. 투표를 상징하는 ‘손’,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비둘기’, 국화인 ‘무궁화’가 자주 등장한다. 일민미술관 제공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의 첫 풍경이다. 질문에 답하는 시민들을 담은 영상이 돌아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애국자가 누구냐’라는 문구가 빨간 볼드체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 옆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근대적 선거인 1948년 5·10 총선거의 자료들이 펼쳐진다. 당시 많은 후보자들은 자신을 독립운동에 기여한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선거는 애국뿐 아니라 환경, 여성, 주거, 복지 등 무수히 다양한 욕망이 경합하는 장이다.
‘새일꾼’전은 이렇게 변화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역사를 전개해 온 선거를 돌아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록보존소에 소장된 400여 점의 선거 사료와 신문기사를 재료로 동시대 예술가 21팀이 참여했다. 사료만을 활용했던 기존 전시가 과거를 충실하게 조명했다면, 이번엔 2020년의 맥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선거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부정선거의 천태만상을 재구성한 정윤선 작가의 설치작품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 일민미술관 제공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각종 표어와 포스터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956년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민주당)와 “가러봤자 더 못산다”(자유당)가 부딪쳤고, 1987년엔 “바다에는 해삼! 산에는 산삼! 군정종식에는 영삼!!”(김영삼)이 “야당 집권 악몽의 시나리오”(노태우)와 맞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였던 1948년 5·10총선거 포스터. 일민미술관 제공
2층 입구에 설치된 놀공의 작품 ‘반드시 해내겠습니다!!!’에서는 1948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 선거를 게임 형태로 풀어볼 수 있다.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 없이 공약만으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와 신문박물관이 협력한 6층 ‘미디어라운지’에서는 선거에 관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