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둘째 주인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 2020.3.17/뉴스1 © News1
총 20번 이상 비누로 빨아서 사용해도 KF80 이상의 차단효과를 내는 ‘나노마스크 필터’ 개발소식이 알려졌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해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예기치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진단키트의 경우 ‘긴급사용승인’을 거쳐 현장에 속속 투입됐다.
마스크는 왜 ‘긴급사용승인’이 안되는 것일까?
18일 식약처는 “긴급사용승인은 법률이 정한 ‘항목’에만 내릴 수 있으며 마스크는 현행 의료기기법, 의료기기법 시행령 등에 따라 법이 정한 의료기기 범위 내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긴급사용승인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의료기기법 제 46조의2 ‘감염병 대유행 등의 경우 의료기기에 관한 특례’와 의료기기법 시행령 제 13조의2 ‘감염병 대유행 등의 경우 의료기기 허가 등 면제 요청 절차’에 따라 제조허가 등을 면제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 품목으로 지정됐다.
반면 마스크는 법이 정한 ‘의료기기 범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긴급사용승인 품목으로 지정될 수 없는 처지다. 20번 이상 빨아 사용해도 KF94~KF80 수준의 차단효과를 낸다고 알려진 ‘나노마스크’도 ‘법 규정’이 없어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승인 시간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이같은 법적 공백을 메꾸기 위해 현재 ‘마스크 승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새로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하려는 업체의 제품에 최대한 빠른 승인을 내 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가 국내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으며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마스크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마스크TF를 통해 보건용 마스크 승인을 최대한 빨리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노마스크의 경우 기존 MB필터가 아닌 ‘나노섬유’로 만든 신물질 필터이기 때문에 인체 유해성 테스트 등 안정성 검사에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나노마스크를 개발한 김일두 교수는 “나노마스크는 10억분의1미터 크기의 나노입자 섬유로 만든 신물질이고, 호흡기에 밀착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안전성 검증 등을 엄정하게 하는 것은 마땅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식약처 승인을 받기 위해 현재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종전 MB필터 마스크의 경우 안정성과 구성 요건 등 식약처가 정해놓은 요건에 따라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승인을 받는데, 나노마스크는 신물질이어서 이같은 요건(기준) 자체가 없다보니 식약처도 이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전문가 검토 등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공급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노마스크와 같은 ‘신기술’을 적용한 마스크 사용승인이 더욱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전시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세계를 패닉에 빠뜨리고 있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지난 12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스크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하도록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인 의원은 법률을 발의하면서 “감염병 발생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약사법’에 따른 보건용 마스크, 손소독제 등과 같은 의약외품의 원활한 공급과 사용이 필수”라면서 “의약품과 달리 현행 ‘약사법’에서는 의약외품 제조업자, 판매자의 유통질서 준수 의무 및 의약외품의 긴급 제조·공급 조치 등과 관련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제47조제1항 및 제85조의2에 따르면 의약외품 제조업자나 판매자는 감염병 예방이나 치료 등에 필요한 의약외품을 공급하는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품목허가 신고가 없는 의약외품을 제조업자에게 제조하게 하거나 수입자에게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마치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처럼 마스크에 대해서도 식약처장이 긴급 제조, 수입 허가를 내려 마스크 공급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인 의원의 개정안은 발의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의 법률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하며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0대 국회 회기 내 처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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