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은 단호했다. 여기저기서 올 여름 도쿄에서 펼쳐질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최소한 연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IOC는 계속해서 강행을 외치고 있다. 적어도 지금 시점까지는 요지부동이다.
IOC는 지난 17일 오후(한국시간) 각 국제경기연맹(IF) 수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종목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회의였다.
이 자리에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비롯해 33개 종목 국제연맹 대표들이 모두 참여했다. IOC는 IF와의 회의를 시작으로 IOC 선수위원(18일),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대표자(18~19일) 회의를 연속 진행한다.
한국 유일의 국제경기연맹 회장인 조정원 총재는 “IOC (토마스 바흐)위원장이 전례 없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강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회의 내용을 밝혔다.
IOC 입장은 명쾌했다. 아직 7월24일 올림픽 개막까지는 4개월 이상 남았고, 때문에 6월말까지 각 종목별로 선수 선발을 완료하면 문제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정원 총재는 “현재까지 전체 종목 중 57%의 선수가 선발된 상태인데, 6월30일까지만 선수 선발이 완료되면 차질 없을 것이라는 게 IOC의 설명”이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문제의식 속에 긴급히 소집해 진행했다는 회의 치고는 너무 긍정적이었다.
상황이 악화됐을 경우, 만약을 대비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조정원 총재는 “연기나 취소에 대한 것은 회의 중 언급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IOC도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가벼이 보진 않을 것인데, 숱한 비난에도 강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종합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지난 13일 “대회를 연기하는 것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1년을 연기할 경우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영과 육상 세계선수권과 시기가 겹친다”고 짚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모두 2021년에 열린다. 수영선수권은 7월16일부터 8월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육상선수권은 8월6일부터 8월15일까지 미국 오리건주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몇 개월 연장하는 것도 복잡한 계산을 동반해야한다.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가 미뤄지면 그것에 의해 도미노처럼 쓰러져야할 스포츠 일정들이 줄줄이 발생하니 덮어놓고 연기를 선언할 수도 없다. FIFA 월드컵 예선과 미국 메이저리그, 유럽축구대항전 등 아무리 IOC라도 신경 쓸 일들이 많다.
이처럼 힘든 결단을 ‘미리’ 내릴 필요가 있냐는 것이 IOC의 입장이기도 하다. 바흐 위원장은 IF와의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갑작스러운 어떤 결정이나 추측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나아질 수도 있다’는 쪽이다.
조 총재는 “IOC 위원장이 먼저 방향을 제시했고 IF 33개 종목들이 현황을 설명한 뒤 약간의 질의응답이 있었다”고 첫날 회의 전개 분위기를 소개했다. 사실상 ‘믿고 따라달라’던 자리인데, IOC의 이러한 기조는 남은 2번의 회의에서도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