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온라인 강의 첫날, 시스템 오류로 혼선 교수 40분 헤매다 수업 못해…"녹화 올린다" 이외 서울·고려·국민·중앙·이화여대 등에서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금 인하·환불' 청원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했는데…”
지난 16일 오후 대학원 첫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은 김모(27)씨는 “(등록금을) 500만원이나 들였는데 학교에서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던져놓고 (수업을) 하라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직장인인 김씨는 ‘제2의 꿈’을 찾고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첫날 강의부터 시스템 오류 등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혼선을 빚으면서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온라인으로 강의를 2주 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효하지 않는 코드’라는 안내가 뜨면서 접속이 되질 않았다고 한다. 지각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김씨였지만, 이후 A과목 교수가 수강생들을 모아 만든 네이버 밴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문제는 밴드 안에서도 김씨처럼 강의 접속이 어려운 이들의 ‘다들 들어가지냐’, ‘왜 안 되지’ 등 아우성이 일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 ‘운 좋게’ 접속한 한 대학원생은 밴드에 “교수님하고 둘이 대기하고 있으니 빨리 들어오세요”라는 글을 올리는 해프닝도 나왔다.
이후 해당 교수는 강의방을 다시 만들었지만, 학생들에게 초대 메일이 전달되지 않았다. 1시간30분 수업시간 중 40여분을 헤매던 교수는 결국 “오늘 수업 취소합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후 밴드에 사과문을 올린 이 교수는 추후 녹화한 강의내용을 제공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이에 앞선 B과목에서도 “온라인 강의인 줄 알고 설렜다”며 ‘녹음 강의’ 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대학원 ‘e-class 시스템’ 내 많은 강의자료가 업로드된 것을 본 김씨는 내심 기대했으나, 2주간 녹음파일로 수업을 듣고 과제로 출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식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황이 긴박하니 (온라인 강의 등) 2주는 참을 수 있겠지만, 더 연장되면 진짜 환불받고 싶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대·고려대·국민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교 온라인 강의 서버가 접속하려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다운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학과 과목들의 강의가 온라인 형태로 변경되면서 강의에 접속하려는 학생들의 수요가 한 번에 몰리며 서버가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들 대학의 설명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달 초께부터 ‘온라인강의로 대체된 대학교들, 등록금 일부 반환’,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대학생, 대학원생의 코로나로 인한 인터넷강의대체에 따른 등록금 일부 환불, 인하를 요청합니다.’ 등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