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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마스크’ 고집 버린 프랑스… 박람회장에 병원 짓겠다는 독일

입력 | 2020-03-19 03:00:00

아파도 좀처럼 마스크 안쓰던 佛, 코로나 확산되며 의식까지 바뀐 듯
환자 급증에 유럽 병상 확보 비상… 스위스 “10일내 보건체계 붕괴”
한국 여행객 1달간 EU 입국 못해




국경 넘기 힘들어진 유럽 독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검문을 강화하면서 17일 작센주 바우첸 인근 고속도로에 트럭들이 길게 정체돼 있다. 이날 정오 무렵 드레스덴에서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괴를리츠 사이의 고속도로는 정체 구간이 40km에 달했다. 바우첸=AP 뉴시스

“이제는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17일 오후 프랑스 파리 7구 거리에서 만난 마스크를 쓴 시민의 말이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프랑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이동제한령을 실시한 첫날 수도 파리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텅 빈 거리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던 마스크 쓴 사람도 자주 보였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마스크를 쓰기 싫다. 마스크를 쓸 정도로 아프면 왜 밖으로 나오느냐’던 프랑스인들의 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난 듯 보였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넘쳐나던 에펠탑 주변에는 총을 들고 순찰을 도는 군인들만 눈에 띄었다. 센강의 유람선도 운항을 멈췄다. 파리의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고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 앞에만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가게 안 파스타, 생수, 휴지 판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동 증명서를 갖고 나오지 않아 경찰관들과 말싸움을 하거나 과태료 부과에 반발하는 소동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저녁에 발코니 등으로 나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박수 응원을 보내자’는 격려 메시지가 돌았다.

그러나 이미 전 유럽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나라마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는 폭증하는 감염자를 감당하지 못해 회복실을 중환자실로 개조하거나 복도까지 활용할 정도다. 밀라노 사코병원의 마시모 갈리 교수는 일간 가디언에 “병실 부족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탈리아 확진자는 전날 대비 3526명이 증가해 3만1506명에 달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이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독일 8.0개, 오스트리아 7.4개, 프랑스 6.0개, 이탈리아 3.2개, 영국·덴마크 각 2.6개 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만 개의 중환자 병상 및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독일은 현재 2만8000개인 중환자 병상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대형 박람회장 ‘메세 베를린’ 안에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은 호텔을 병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위스 보건당국은 “현재 속도로 환자가 늘어나면 열흘 안에 보건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 전 병원이 포화 상태”라고 우려했다. 스페인 1만1409명, 독일 9367명, 프랑스 7730명 등 각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급증세다.

이날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은 30일간 외국인의 EU 입국을 막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상은 회원국 중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솅겐조약에 가입한 4개 비(非)회원국 등 총 30개국이다.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민의 가족, 의사나 외교관, 물류 운송 인력 등은 제외된다. 이번 조치로 향후 1개월간 한국인 여행객 등의 EU 입국 역시 어려워졌다.

이미 유럽 전체 확진자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번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드 소장은 로이터에 “솅겐조약을 파기한 회원국들이 서로 국경을 닫은 난처한 상황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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