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작명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그의 영문 이니셜 ‘BK’에서 따왔다거나 미국 진출 전에 다녔던 성균관대 법대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팬들이 그를 지칭할 때 부르는 ‘법규 형님’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병현은 보스턴에 몸담았던 2000년대 초반 홈 관중으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선발로 뛰다가 팀 요청에 따라 마무리로 전향한 뒤 몇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따른 질타였다. 감정이 격해진 그는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유야 어쨌든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일본을 대표했던 스즈키 이치로는 “향후 30년간 일본에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치로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요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LA 다저스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현 토론토) 경기 해설을 하면서 그는 “박찬호 선배는 다들 조마조마하게 봤을 것 같다. 그런데 류현진은 너무 편하게 던져 재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할 말 다 하는 김병현은 어느새 호감 캐릭터가 됐다. 최근에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솔직 담백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그는 현역 시절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거 시절이던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초밥집을 연 경험을 살려 은퇴 후 요식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 태국 음식점 문을 열었고, 최근에는 고향 광주에 햄버거 집을 차렸다. 일본식 라멘집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주식회사 법규’를 통해 그는 야구장 입점 등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그는 요식업에 대해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먹는 게 낙이었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음식은 큰 위안이 됐다. 특히 비싸지 않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요즘 그의 가게들도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김병현의 승부는 여전히 한가운데 직구다. “한번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봐야죠. (야구가 그랬던 것처럼) 잘 안되니까 더 잘하고 싶게 되네요.” ‘주식회사 법규’ 김 사장님의 긍정 에너지가 다른 자영업자 여러분께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