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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증시… ‘호재 작용’ 예상 깨고 맥없이 무너져

입력 | 2020-03-19 03:00:00

[코로나19 팬데믹]코스피 4.86% 급락… 1600선 붕괴
美 돈풀기-뉴욕증시 반등도 ‘무력’… 코스닥도 5.75%↓ 500선 ‘와르르’
달러당 환율 1,245원 10년새 최고
정부 “달러 공급 확대” 비상조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에 맞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양책 발표 직후 깜짝 상승세를 보이다 코로나19 확산 소식이 전해지면 급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에 외국인 투자가의 ‘셀 코리아’도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2% 오른 1,686.12로 개장해 모처럼 상승세로 출발했다. 1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1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업어음(CP) 매입을 발표한 데 힘입어 뉴욕증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도 시장에 공개됐다.

보합세를 보이던 주가는 오후 들어 급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일 대비 81.24포인트(4.86%) 내린 1,591.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 역시 5.75%가 떨어져 485.14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5일부터 총 10거래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고,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액은 13조7743억 원에 달했다.

주식시장의 시계를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000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했다는 소식이 불러온 ‘공포심’이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확진자 증가세를 보고 다가올 미국 증시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과 미국 선물시장 하락세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아시아 증시 역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1.68%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만 자취안지수(―2.3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3%), 홍콩 H지수(―4.51%) 등도 약세를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하락 출발했다. 주식을 판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각대금을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오른 12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원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각국에서 부양책이 나오곤 있지만 이동이 단절된 지금, 돈이 풀린다고 쓰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는 한 시장 불안이 진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세 연세대 교수 역시 “미국의 극약처방에 투자자들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미국 등에) 쓸 만한 ‘수단’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달러 부족 가능성이 점쳐지자 정부는 비상조치에 나섰다. 일단 국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19일부터 25% 높이는 카드부터 내놓았다. 이번 조치로 국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현행 40%에서 50%로 확대되고, 외은지점(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 한도는 200%에서 250%로 늘어난다.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확대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달러가 시장에 풀린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향후에도 금융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외환 스와프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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