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마련된 임종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음압병실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존엄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을 권리가 있다”며 “격리돼 외롭게 임종을 맞는 환자분과 가족들에게 위안을 드리기 위해 코로나19 관리병동에 임종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입원과 동시에 가족과의 면회도 차단된 채 죽음을 맞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시신이 화장될 때에만 가족 대표가 방호복을 입고 이를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임종실은 가족 대표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다. 입실 전 레벨D 방호복 착용은 필수. 위중환자는 체내 바이러스 양이 많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가족들의 환자 면회를 막았다.
대구가톨릭대는 가족 대표가 입실 전 방역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가족 대표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임종을 지킬 수 있다. 임종을 마치고 방호복을 벗을 땐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도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 가족 대표는 14일 동안 자가 격리된다. 다만 가족 대표의 건강 상태와 연령에 따라 입회가 제한될 수 있다. 추가 비용은 없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가족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중환자들은 섬망(환각 등 의식장애)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방호복 차림의 낯선 의료진을 보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코로나19 위중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가족과의 유대감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위중환자가 가족의 사진과 편지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된 사례도 있다.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하거나 친숙했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도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도 가족 대표가 중환자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