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0년 민주화 동지들 갈라서게 한 ‘비례연합당’

입력 | 2020-03-20 18:37:00

최배근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 창당준비위 공동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연합정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18/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구성 과정에서 범진보진영 원로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등지게 되면서 1987년 이후 30여년간 이어져온 민주당과 시민사회간의 파트너십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비례연합정당의 추진 상황과 관련해 “(정치개혁연합 등 다른 진보정당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긴 하지만 이미 열차는 떠났다”며 사실상 ‘더불어시민당’에 정개련 등이 함께 할 여지가 없음을 확인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인재영입은 물론이고 정국의 고비마다 고견을 듣고 협력해온 시민사회 원로들과 이번 총선을 끝으로 전략적, 우호적 관계가 파국에 이를 것”이라며 “원내 1당을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겪게 될 정치적 고비 때 더욱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비례정당 창당까진 묵인했지만 존재 여부조차 몰랐던 정당들까지 원내로 끌여들일 만큼 이 연합(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앞서 민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위기감을 느꼈고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연대의 파트너 가운데 범진보진영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은 가장 유력한 대상이었다. 그만큼 민주당과 정체성과 역사적 경험에서 통하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초 예상을 깨고 지난 17일 친문세력과 이른바 ‘조국 수호’ 세력이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기로 하면서 정개련과 관계가 틀어졌다.

민주당 쪽에선 정치개혁연합에 조성우 공동대표, 함세웅 신부 등 ‘운동권 세대 대부’로 통하는 인물들이 사실상 후배 시대인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가 주축인 민주당을 통제하려 하면서 연합이 뒤틀렸다고 한다.

반대로 정개련측에선 민주당이 놓지 않은 ‘기득권’을 창당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민주당의 “소수정당을 상대로 시혜를 베풀겠다”는 주장도 정치적인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정개련이 민주당을 비난하며 검찰 고발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두 진영간 정치적 연대는 고사하고 화해의 가능성 마저 희미해진 상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미니정당을 끌어들여 앞줄 세우는 행위는 진짜 원내 진입에 도전하던 당들에 돌아갈 표를 도둑질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등 비례연합정당을 둘러싼 당내 휴유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