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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0대 코로나19 환자 상태 위중…‘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

입력 | 2020-03-20 20:28:00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환자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층이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종전 인식과 다른 상황이다. 의료진은 면역계 과민 반응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 탓으로 보고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는 2365명(27.3%)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증 이상 환자는 2명이다. 이 중 1명은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한 위중 단계다.

이 환자는 3일 호흡 곤란을 호소해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됐고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원 당시 양쪽 폐가 하얗게 변해 폐렴이 진행된 상태였다. 현재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없다. 경북대 관계자는 “입원 당시부터 사이토카인 폭풍이 나타났던 것 같다. (병세가 진행됐는데도) 진단이 상당히 늦었다”고 말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도 젊은층의 사망률을 높인 원인 중 하나였다. 최근 국내외에선 젊은층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면역력이 강한 젊은층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급성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원내 감염 우려 때문에 의심 환자를 병원 내에 두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위험군이 아닌 젊은층은 치료 순위에서 더 밀릴 수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평소라면 응급실에서 진료 받았어야할 환자들이 지금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방치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증의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중증응급진료센터’가 최근 도입됐지만 중소 도시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서울 9곳, 대구 5곳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서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의 폐쇄 기준을 완화해야 중소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진단,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