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89년 종합베스트셀러 18위(교보문고 기준) ◇시간의 모래밭(절판)/시드니 셀던 지음·공경희 옮김/480쪽·김영사
강창래 작가
이 소설은 1970년대 말 스페인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배경이다. 바스크의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 ETA(에타·바스크 조국과 자유)와 스페인 정부가 격렬하게 대치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ETA 소속 하이메 미로는 동료들과 함께 카탈루냐 지방의 한 수녀원에 숨어 있었다. 그들을 추적하던 정부군이 습격해 수녀원에 있던 사람들을 체포했다. 그러나 네 명의 수녀와 하이메는 도망친다. 이후 탈주와 추적이 극적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수녀들의 과거가 드러나고 감미로운 러브스토리도 가미된다. 거기에 미국 상류층의 음모와 스페인 비밀조직, 바스크 독립을 원하는 민중의 도움을 받은 테러범들의 탈주극이 펼쳐진다. 재미있는 할리우드 스릴러를 보는 듯하다. 이후 영화와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도 방영됐다.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원인과 결과를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은 작품이 고전이 되는 것 아닐까. 예를 들어 같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1929년) 역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작품은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판매량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권장되는 것일 뿐. 고전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읽지 않는 책이라지 않는가.
강창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