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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 인프라 과부하 경종 울린 17세 소년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 2020-03-21 00:00:00


어제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됐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누적 확진 환자 수는 8652명까지 늘어났고 곳곳에서 의료 인프라가 삐걱대고 있다. 고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검사 결과만 기다리다 사망한 17세 소년의 죽음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이 소년은 12일 고열로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아 집으로 되돌아왔고 이튿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입원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폐렴 증상이 악화돼 음압병상이 있는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5일 뒤 숨졌다. 치료 적기를 놓친 탓이다. 이 소년은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산중앙병원은 호흡기 질환과 그 밖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고도 이 소년의 진료에 소극적이었다. 원내 감염 발생 시 병원 폐쇄까지 감수해야 하는 병원들이 의심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그 틈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응급환자들이 의료 인프라서 소외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11일 중증응급진료센터를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대구 5곳, 경북 4곳, 경남 3곳 등이 지정됐고 콜센터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시는 어제에야 9곳을 지정했다. 그 속도가 더디고, 숫자도 턱없이 적다. 참여 병원을 늘려 신속하게 의료 인프라를 정비하려면 시설 폐쇄나 의료인력 격리 등 병원이 감수해야 할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지금이라도 추가 감염원 유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국내 의료 인프라에 감당하기 힘든 과부하가 걸려 일반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정부는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양성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음성이더라도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14일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 평균 1000명에 달하는 유럽발 입국자 규모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진단검사 역량이나 격리시설이 금세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만이라도 입국 제한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신·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선 바이러스 역유입을 차단해 감염 속도를 늦추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