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 확진자도 5000명 돌파… 치명률 8.3% 세계평균 2배 넘어 포퓰리즘정책에 재정적자 확대, 경기 침체에 공공의료예산 삭감 마스크 등 기본물자 조달도 난항… 처우 나빠진 의료진 해외로 이탈
이탈리아에 세워진 코로나 환자용 야외병원 2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크레모나의 한 야외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병원 관계자가 임시 병동의 중환자실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3405명으로 코로나19 발원지 중국(3248명)을 제쳤다. 크레모나=AP 뉴시스
이탈리아 민영 안사통신이 전한 이탈리아의 암울한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427명 증가한 3405명으로 중국(3248명)을 넘어 세계 1위가 됐고, 전 세계 누적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5322명이 늘어난 4만1035명에 달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사태 초기에는 부유한 북부에 환자가 몰렸지만 이제 상대적으로 가난한 중남부에서도 환자가 속속 발생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도 로마가 있는 중부 라치오주 확진자는 9일 102명에 불과했지만 19일 82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부 캄파니아는 120명에서 625명, 시칠리아는 54명에서 340명으로 급증했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유럽연합(EU) 3위 경제대국이다. 그럼에도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이 8.3%로, 세계평균(3.5%)의 두 배가 넘는다. 같은 유럽권 국가인 스페인(4.4%), 프랑스(2.7%), 독일(0.3%) 등보다 훨씬 높다.
이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난립에 따른 정정 불안, 취약한 공공의료 체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는 50대 은퇴자 연금지급, 무상복지 등 2000년대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재정 지출을 했고, 2010년대 내내 재정위기를 겪었다. 2018년 6월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이 극우정당인 동맹과 손잡고 만든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정은 저소득층 1인당 780유로(약 104만 원) 기본소득, 재산세 감세 등 정책을 내놨다. 정부 재원이 포퓰리즘 정책에 집중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줄고 이는 성장률 하락, 세수 감소, 재정적자 확대라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탈리아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3%로 EU 회원국 중 그리스(181%)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도 이탈리아는 무상 의료를 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공 의료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줄고 있다. EU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의 의료 관련 지출은 GDP의 8.9%다. 같은 서유럽 국가인 프랑스 11.5%, 독일 11.1%, 스웨덴 11.1%, 네덜란드 10.3% 등에 비해 1.4∼2.6%포인트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483유로로 EU 평균인 2884유로(2017년 기준)보다 10% 이상 적다.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6.7명으로 독일 12.9명, 프랑스 10.8명의 절반 수준이다. 1000명당 병상도 이탈리아는 3.18개로 독일 8개, 프랑스 6개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김윤 서울대의과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환자수가 1만 명이 넘었지만 사망률이 낮은 독일은 중환자실을 많이 갖춰 피해가 적다”며 “감염병 유행 같은 보건의료 위기 시에는 중환자 치료 시설이 얼마나 준비됐는지도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