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진그룹 “입맛 맞는 수치·분석으로 억지 주장” 3자 주주연합 공세 비판

입력 | 2020-03-21 00:55:00

"영업이익 매년 흑자행진...경영 실패 주장은 억지"
"권홍사 회장의 요청으로 만난 것"..허위공시 강조
"조원태 회장 등 현 경영진 리베이트 의혹과 무관"
"존속기간 3년 불과한 사모펀드, '먹튀' 자금 유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보고서 놓고도 신경전 지속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과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 실패,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 등을 주장하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개선, 투명경영을 위해 자신들이 경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한진칼 측도 ‘3자 주주연합’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는 양상이다.

한진칼은 20일 ‘팩트체크 : 3자 주주연합 그럴듯한 주장?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설명문을 통해 3자 연합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진칼 측은 우선 3자 주주연합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실패의 근거로 제시한 ‘당기순손익 적자 누적’에 대해, “항공사는 항공기 기재보유 구조 상 당기순이익이 수익률의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기업 이익창출 능력의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의 경우 매년 흑자 행진을 기록 중”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고, 대한항공도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중대한 시점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들이대며 회사를 흔드는 투기 세력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발전이 아닌, 사익을 위한 것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칼은 주주연합의 또다른 주장인 ‘영구채를 포함하면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600%’라며 부실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진칼은 “국제회계기준상 영구채 발행은 현재 자본으로 인식된다”면서 “이와 같은 특성상 재무구조 개선 및 신용도를 제고할 수 있으며, 다른 차입금의 이자율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회계기준을 오도하고, 타 기업 및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영구채 발행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조현아 주주연합의 억지임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다소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것은 실적 때문이 아닌, 항공사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JAL 회생 사례를 접목시키는 것이 한진그룹 정상화의 해결책이라는 3자 주주연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한항공과 JAL이 처한 상황을 오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진칼은 ”JAL은 사실상 ‘공기업·주인 없는 회사’로, 파벌과 방만한 자회사 운영, 일본시장 의존, 과도한 복리후생과 기업연금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경영실패에 이른 것이며, JAL의 회생에 실질적 영향을 준 것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한진칼은 ”특히 JAL은 방만한 기업 운영으로 5만1000명이 넘었던 직원들 중 약 37%에 달하는 1만9000명을 감축, 3만2000명까지 줄였다“며 ”사실상 조현아 주주연합이 한진그룹의 인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JAL의 회생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진칼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먼저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은 ‘권홍사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남. 권 회장은 그 자리에서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후보자 추천을 해달라 ▲한진칼에 등기임원이나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에 어떤 관련도 없다”며 “대한항공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프랑스 에어버스에 확인을 요청했다. 또 이와 별도로 내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항공은 2018년에만 11개 수사기관으로부터 18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수십회에 달하는 계좌추적 등 고강도의 수사를 받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항공기 거래와 관련한 위법 사실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해외 헤지펀드와 달리 본인들은 ‘먹튀’가 아닌 장기투자자라고 강조한데 대해서는 사모펀드의 존속기간을 들며 이를 반박했다.

한진칼은 “현재 KCGI의 총 9개 사모펀드(이하 PEF) 중 ‘케이씨지아이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제 1호 PEF)’,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제 1호의 5 PEF)’만 존속기간이 10년이며, 나머지 7개의 PEF는 존속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며 “존속기간이 3년에 불과한 7개의 KCGI PEF는 투자자들이 3년후 청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KCGI가 그 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단기투자목적의 ‘먹튀’를 위해 투자자금을 유치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은 최근 한진칼 주주총회와 관련한 의결권 자문서의 보고서를 놓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3자 주주연합은 이날 ‘국민연금 등 한진칼 투자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회장,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찬성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연합은 “국민연금의 내부 지침이나 각 의결권 자문사들의 내부 기준을 고려할 때, 한진칼 측의 조원태, 하은용 사내이사 후보는 현재 한진그룹이 당면한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이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또한 회사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사로서의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해 이사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조 회장과 하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사외이사는 한진칼이 추천한 김석동, 박영석, 최윤희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내고 임춘수, 이동명 후보에 대해서는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자’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ISS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주주연합’이 제안한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 타사 경영 및 사외이사 경험이 도움될 것으로 예상해 찬성 의견을 냈다. 다만 이를 제외한 모든 후보(배경태, 함철호, 서윤석,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 권고를 했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조원태 회장 선임에 찬성을, 주주연합 측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에 “명확히 3자 주주연합 쪽으로 기울어진 일방적 결정을 내리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한진그룹은 서스틴베스트가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박영석 후보에 대해서는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므로 이해상충에 따라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나 대표이사인 주주연합 측 후보에 찬성을 권고한 것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